[아자프로젝트 후기] 또 다른 모습
또 다른 모습
2020 부자유친프로젝트(現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우수 (곽현제/관악구센터)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던 오후에 울리는 전화벨소리~
전화의 주인공은 아내^^;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대충 받고
아내 : 파파튜브 신청해도 되요?
(중간생략)
나 : 네~ 신청해요. (암것도 모르면서 대답도 건성~ㅎㅎ)
저녁식사가 한창 무르익을 쯤~ 아내가 물어본다.
아내 : 파파튜브2기 신청한 거 카톡왔어요?
나 : 아니~ 그게 뭐에요?
아내 : 아이들과 만드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리면 돼요.(아까 난 누구랑 얘기한 거 ㅠㅠ)
나 : 알았어요.
카톡으로 파파튜브 스케줄을 보고 놀람ㅎㅎ(간만에 잡은 불금 약속취소 ㅠㅠ)
금요일 약속을 다음 기회를 미루고 평소에도 사진을 잘 찍지 않는 난 8시쯤 화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내 모습을 담는다. 나는 무슨 얘기를 할까? 다른 아빠들은 무슨 얘기를 할까? 며칠 동안 생각해봤지만, 막상 카메라에 앉아 있으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1주 차 토요일 2시 강의를 30여 분 남겨놓고 ZOOM에 들어가 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아직인가?) 5분여를 남기고 들어간 ZOOM에는 어제와 같이 다른 가족들이 들어와 있었고, 센터 담당 선생님이 환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열강 중이신 강사님의 강의를 정성껏 메모하는 아내,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로 정신없이 지나간 1시간 강의를 마치고 왕꿈틀이를 상으로 받았다. ㅎㅎ
공지를 자세하게 보지 않아 책꽂이 만드는 영상을 업로드해야 한다는 걸 2주 차 토요일이 돼서야 알게 되었다. 2주 차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아이들과 책꽂이 만들기를 시작했다. 사포질에 먼지가 집안을 가득 메우긴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영상을 찍으며 완성되어가는 책꽂이를 보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책꽂이 만드는 시간은 반나절이 걸렸지만, 1시간여 동안 배운 영상편집 기술로 불과 몇 시간 만에 영상을 뚝딱 만드는 큰아들과 사포질, 페인트칠, 망치질을 생각보다 잘하는 둘째 아들을 보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내게 ‘이런 걸 하기에는 좀 서툴 거야’라는 아니면 ‘아직 이런 걸 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식으로 아빠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네온사인 만들기를 하면서 캠퍼스에 무엇을 넣을지 서로 고민하고 때론 자기의 의견을 얘기하고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제는 더 이상 아이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네온사인 영상을 만들 땐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수행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하면서 서로 해보겠다고 티격태격 한 적도 있지만, 결과물을 가지고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며, 요즘 코로나19로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파파튜브를 마치며... 처음엔 ‘그냥 앉아 있으면, 시간이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영상을 찍으면서 나도 어느샌가 아이들과 동화가 되어버렸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며,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나는 항상 어린아이들로만 바라봤지만, 파파튜브를 하면서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겉모습뿐 아니라 아이들의 내면도 어느덧 몰라보게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가슴속에 스쳐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파파튜브를 하면서 깊은 반성을 하게 되는 나의 모습에서 아이들 행동을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주는 길라잡이 아빠가 되겠다는 마음속에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보며, 파파튜브를 정성껏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과 신청한 아내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