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드디어 진정한 하나가 되다

드디어 진정한 하나가 되다 

2020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우수 (이지윤/종로구센터)

 

회사에서 업무에 치여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동생으로부터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링크가 하나 보내져 있길래 뭔가하고 들어가 보니 종로구 예비부부교실 모집 공고였다. 교육 커리큘럼을 보니 제법 구미가 당겼다. 커플대화법이나 결혼 후 재무설계등은 특히나 내가 관심 있어하던 내용이었다. 나는 바로 남자친구에게 링크를 공유했고 즉시 신청했다.

 

나와 내 남자친구는 친한 누나 동생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여 3년 가까이 교제를 해온 사이다. 우리에게 결혼은 너무도 당연시 되어온 이야기지만 금전적인 부분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은 뒤로 미룬 상태였다. 실질적으로 결혼을 하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했지만 이런 강의는 미리 참여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줌으로 강의가 이루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총 2일, 4시간씩 2회차가 이루어지는 강의였고 1회차는 커플간의 성향을 알고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2회차는 재무설계 및 결혼 준비에 필요한 태도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모든 회차와 교육 내용이 알차고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생각을 바꾸고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하며 우리 커플의 관계까지도 돌아보게 한 강의는 1회차 강의였다.

 

1회차 교육 시작 때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DISC 검사를 시행했다. 자세한 성향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반응 속도나 태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검사였다. 남자친구와 나와의 검사결과를 보니 남자친구는 행동파인 D가 현저히 낮았다. 그리고 신중형을 나타내는 C가 굉장히 높았다. 이 결과를 보자 그동안 우리가 싸웠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항상 남자친구에게 왜 결정을 못하냐고 따지곤 했다.

“왜 자꾸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좋다고 하냐.”, “네가 좀 정해라.”, “넌 왜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냐.” 등등 남자친구를 자주 몰아세웠던 일들이 떠올랐고 남자친구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게 되자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거북이한테 가서 너는 왜 토끼처럼 뛰지 못하냐고 화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쪼그라 드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름 좋은 여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미안함이 들었지만 그 순간 표현하진 않았다.

 

그리고 곧 대화법에 대해서 배우며 서로가 어떻게 했을 때 사랑받는지에 대해서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이 시간에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내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점들은 그동안 남자친구가 다 해주고 있던 행동과 말들이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행동들을 나는 단 하나도 해주지 않고 있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친구가 나를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확신을 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속으로 내심 ’나같은 여자친구도 없지‘라고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되자 말문이 막혔다. ‘얘는 어떻게 이런 상태로 나랑 3년 가까이 사귀어 온거지?’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강사님께서 무릎을 맞대고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 할 시간을 주셔서 남자친구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나의 마음은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가득찼다. 그래도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으니 손을 잡고 진심을 다해 말을 했다.

“네가 이런 것들을 했을 때 사랑받는 걸 느끼는데 내가 이런 걸 전혀 해주고 있지 않았었다는 게 정말 부끄럽고 미안해. 그동안 몰라줘서 너무 미안하고 내가 더 이해하고 잘할게.”

내 말에 남자친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나를 다독여줬다. 수업은 이렇게 서로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하고 대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덕분에 평소에 남자친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부분도 알게 되고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3년 가까이 만났고, 어렵고 힘든 시간도 함께 이겨낸 남자친구인데 내가 이렇게나 몰랐다는 게 충격이었고 동시에 내가 이 강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남자친구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도 못하고 고독한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나 혼자 만족하는 연애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결혼을 했다면 우리의 결혼생활은 과연 평탄했을까? 실제로 예비 부부학교를 수료한 사람들의 이혼율이 수료하지 못한 사람들 보다 월등히 낮다고 했다. 강의를 들어보니 왜 그런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도 우리는 서로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서로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도 남자친구를 더욱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강의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강의에서 배운대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하고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관계로 발전해 가고 있다. 남자친구도 그때의 예비부부교실 강의가 좋았는지 주변 지인들에게 여자친구생기면 무조건 들으라고 추천을 하고 다닌다. 나도 이 강의를 추천해준 동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하나가 되어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못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이번 강의에 참여하며 느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커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았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커플의 미래에 아름다운 꽃길을 열어준 종로구 예비부부교실 강의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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