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후기] 부-자 공감

부-자 공감!

2020 부자유친프로젝트(現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장려 (심보섭/종로구센터)

 

저는 직업 특성상 주말에 회사가 더 바쁘고, 평일에도 오후 늦게 출근하여 야간에 근무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아내 혼자서 세 아이들을 오롯이 돌봐야 했고, 평일에도 늦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잠자는 모습들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퇴근이 늦다 보니 회사에서의 긴장과 피로로 자연스레 늦잠을 자게 되어 아침에 일어나 보면 이미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한 뒤라 아침 시간마저도 아이들과 함께 보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세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위해 주말이고 평일이고 희생하는 게 당연하고 맞는 거라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초등학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거나 운동 한번같이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큰아들 녀석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어쩌면, 아빠가 평소에 함께 놀아주지 못한 탓 같아 괜스레 미안하고, 안타까울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럽게 회사 사정으로 의도하지 않게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몇 달 만이라도 잠시 회사에서 벗어나 가정에서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되어 반가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아빠의 사랑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요리도 해주고 함께 하지 못했던 나들이도 함께 다니며 여러 체험도 함께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현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 밖 생활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으며 세 아이 모두가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하루 종일 집에서 아빠와 생활하게 된 아이들도 어색해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방법도 대화하는 방법도 서툴다 보니 괜스레 사소한 일에도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로를 탓하며 투닥투닥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잔소리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버럭 화를 내기도 했다가도 밤이 되어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후회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의 추천으로 종로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랑 우드락’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과 함께 센터에 가서 아버지 교육도 받고 목공체험도 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아이들도 저도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몹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확산되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워져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담당 선생님께서 비대면 수업으로 프로그램을 전환해 주셔서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매달 한 종류씩 원목 키트가 집으로 배송되면 뭔가 특별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메일로 안내해 주신 강의 유튜브를 보며 아이들과 보내주신 목재를 두드리고 만지며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가족만의 목공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성인인 저 혼자서 만들면 시간은 훨씬 더 적게 걸리고 쉽겠지만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아이들과 대화 나누며 활동하다 보니 자녀들과의 특별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머릿속에 있는 작품을 꾸미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며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상의를 하면서 결정하게 되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평소에 자주 보여주지 못했던 아빠의 공구를 다루는 멋진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간만에 잡아보는 공구라, 저 역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협동하여 여섯 번의 목공체험을 하다 보니 짧지만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애착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자상하고 참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는 아빠들도 많지만, 그동안 저는 바쁜 일상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보니 집에서만큼은 푹 쉬고 싶을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 의미 있게 지내는지도 사실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아빠랑 우드락’ 목공체험을 통해 TV나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좀 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완성된 세상에 하나뿐인 원목 작품들을 볼 때마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성취감을 느낍니다. 일회성 프로그램이었다면 어쩌다 운 좋게 참여하게 된 이벤트처럼 한번 경험해보고 말았을 텐데 여섯 번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운영되었던 지속적인 목공체험이라 더욱 감사했습니다.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면서 긍정적인 유대관계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다음에도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소중한 가족들과의 끈끈한 애정이 더욱 샘솟을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 고민해주시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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