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소은이와 아빠의 행복한 동행 “아빠의 심야식당”
소은이와 아빠의 행복한 동행 "아빠의 심야식당"
2021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최우수 (박찬홍 | 관악구센터)
갑작스러운 큰아이의 아픔,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던 큰딸은 “하늘이 도왔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큰 어려움 속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아픔 이후 중증장애라는 더 큰 시련과 어려움은 당사자인 큰딸 수연이 외에 온 가족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발달장애와 난치성 뇌전증으로 일상생활과 학교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큰딸이기에 부모의 마음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픈 딸에게 더 많은 손길과 마음을 쏟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수연의 세 명의 동생들도 마음속에 작은 상처와 아픔이 돋아나고 있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특히 큰언니를 대신해 둘째지만 큰언니 역할을 해야만 했던 둘째 소은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 아팠던 상처들로 인한 고통을 표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왜? 내가 큰언니 옷을 입혀야 해?”, “언니한테 왜 책을 읽어 줘야 해, 왜 언니랑 놀아 줘야 해?”“엄마,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아빠는 왜 만날 언니 이야기를 나한테 물어보고 부탁만 해?” 그동안 큰언니를 위한 엄마, 아빠의 손길에 작은 손길을 더했던 소은이가 이렇게 울며 하소연을 하는 모습에 아빠인 나는 무기력함과 함께 빛도 없는 어둠의 공간 속에 갇힌 듯한 막막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화도 났다. 온 가족이 힘을 더해 언니를 함께 도와야 하는데, 그걸 이해를 못 하나?라는 철없는 생각을 하면서 화가 났던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다른 세 명의 자녀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기도 하다. 다른 친구들은 언니가 공부도 알려주고, 함께 손을 잡고 맛있는 간식도 사주는데 그 반대의 상황에 부닥친 아이들의 마음은 그저 이해해 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힘든 마음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빠의 불찰이 컸다는 것을 소은이를 통해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둘째 소은이의 마음을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하고, 소은이라는 존재, 우리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고, 엄마, 아빠의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소은이를 대해 주지 못했던 것을 느꼈다. 이런 와중에 아빠와 이야기도 하지 않고, 거친 표현도 쓰고, 눈도 마주치지 않던 어느 날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있던 상처들을 울며 하소연하던 소은이의 절절한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소은이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못하면 셋째, 넷째와의 관계도 분명 좋지 않은 상황으로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은이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많이 고민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조금씩 소은이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그 나름의 방법은 소은이에게 많은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가정상황이 그러다 보니 출근 후 나는 소은이를 통해 큰언니와 관련된 일들이나 상황을 부탁하고,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전화도 자주 하지 않고, 일부러 다른 말들도 잘 하지 않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정말 최악이라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고, 현실적으로 어떠한 도움이나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 산책을 권하기도 했고, 둘만의 데이트를 위해 소은이에게 의사전달을 하기도 했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다행히 이때 관악구건강가정지원센터의 “아빠의 심야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소은이에게 관련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함께 하자고 부탁을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그래도 일단 신청을 하였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첫 시간인 사전 영상강의를 통해 아빠의 심야식당의 취지와 의미를 알게 되는 아빠 마음 준비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녀가 넷인 다둥이 아빠이지만 참 모르는 게 많고,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영상강의의 내용 모든 것이 둘째 소은이와 함께 자동으로 연상이 되어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영상강의를 통해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는 아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첫 번째 아빠의 심야식당이 실시되어 자녀와 토스트를 만드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사실 형편없는 요리실력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소은이와 함께한다는 것에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에 사전에 알려주신 레시피를 달달 외우고, 신선한 재료를 사기 위해 슈퍼와 시장을 여러 곳을 다닐 정도였다.
드디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 재료 준비 등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소은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줌 입장 후 나는 혼자 앉아있었는데, 다행히 소은이가 살며시 곁으로 다가왔다. 물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심통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엄마가 옆에서 “다른 가족들은 자녀들과 저렇게 다정하게 앉아있는데, 아빠는 혼자다.”라는 말에 아빠 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사실 긴장이 많이 되었다. 중간에 소은이가 박차가 일어나 나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소개에서부터 요리 활동까지 소은이는 차분하게 참여해 주었다. 특히 요리과정에 강사님께서 가족별로 질문을 해주시는 시간이 있었다. 소은이에게도 질문하였지만 아무런 대꾸가 없자, 강사님께서 잠시 아빠가 자리를 비켜 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에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찾았을 때 소은이가 살며시 나를 보며 짧은 미소를 보였다. 강사님께서 아빠가 어떨 때 좋은지, 아빠가 소은이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해주시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빠가 힘든 와중에도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게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고마웠다. 소은이도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소은이 마음속에 숨어 있던 아빠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그 마음을 끄집어내서 표현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이었다. 사실 가족소개 시간에 소은이가 사춘기가 왔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신 강사님이 재치있게 아빠를 잠시 물러나게 한 후 소은이와 단둘만이 대화하였던 부분에서 소은이가 수줍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게 기다려준 강사님의 마음이 소은이를 움직이게 했던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4회기에 걸친 활동 중에 이 순간이 정말 나와 소은이의 관계개선에 있어서 중요했던 순간이었다. 또한, 강사님의 모습에서 아빠인 나도 “그래 소은이가 스스로 말하고 싶을 때, 혹은 시간이 조금 걸려도 아빠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어야 한다”라는 것과 그 말들에 대해서도 대응과 반응을 즉시, 정확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어찌 보면 누구라도 잘 아는 부분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전문기관, 전문가의 도움과 조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 생기면서 이후 함께하는 요리 활동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다.
특히 재료를 다듬고, 맛을 내는 과정 대부분을 소은이가 직접 할 수 있게 하여 소은이가 요리과정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끌고 아빠는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을 하니 자신감을 얻고, 더욱더 즐겁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소은이가 어리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 꼼꼼하게 재료를 다듬고, 레시피에 따라 정확히 요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다. 또한, 아빠에게 맛을 보라 하고, 레시피도 함께 살펴보고, 음식을 담아내는 과정까지 함께 하면서 대화도 늘어나고, 서로 마주 보는 눈 맞춤의 시간도 많이 갖게 되었다.
한번은 늘 아빠가 요리재료를 구매하였는데, 본인도 직접 함께 가서 재료를 사고 싶다고 말해서 함께 나란히 동네 마트를 찾아 시장을 보기도 하였다. 마트에서 재료를 사는 과정에서도 유통기한, 가격 등의 모습을 살펴보는 모습도 그동안 소은이를 너무나 아이 취급을 했다. 또 소은이에게 많은 관심을 주지 못했고, 소은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만들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둘만의 공통된 내용을 바탕으로 어느 순간 소은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볼 수 있는 아빠의 밝은 눈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과연 4회기까지 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던 아빠의 심야식당 프로그램을 소은이와 이렇게 행복하게 마무리하였다.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사춘기가 왔지만 유독 아빠에 대한 반항심이 많았던 소은이, 그 이유는 아빠가 항상 큰언니 위주로 활동을 하고, 자신들에게 언니와 관련된 부탁만 하고, 관심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소은이를 대하는 아빠의 마음의 자세를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또한, 가정 안에서도 다른 가족과의 마찰이 있었던 소은이의 태도도 이전보다 다소 해소되어 자연스러운 대화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이 되었다. 무엇보다 장애가 있는 큰언니로 인한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는 자녀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언니를 위한 부탁이나 조언을 줄이면서 너희들도 엄마, 아빠의 소중한 자녀들이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몸과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기에 또 그동안 몸에 익혀진 일들이기에 어려움도 많겠지만 앞으로의 시간, 앞으로의 자녀들과 따뜻하고 행복한 관계를 위해 지혜롭게 바꾸어 가자는 부부의 다짐을 한 것이다. 이번 아빠의 심야식당을 처음에는 단순히 요리만 하는 시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함께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소통의 시간이었고, 맛있는 음식 냄새만큼 훈훈한 가족애, 푸짐한 가족 사랑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특별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소은이가 행복한 사춘기를 보낼 수 있게 아빠가 많은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