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너는 나의 비타민 Green!

너는 나의 비타민 Green!

2021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장려 (유호상 | 송파구센터)

“아빠, 빨리 일어나!! 늦었어!!!”
토요일 오전 9시 50분, 5살 그린이가 이불과 한 몸이 되어 자고 있는 아빠의 눈두덩이를 토실토실한 검지 손가락으로 푹~ 찌르며 외치는 소리입니다.
뺨에 뽀뽀를 해도, 자그마한 손으로 힘껏 잡아당겨도, 심지어 배 위에서 콩콩 뛰어도 일어나지 않는 아빠를 깨우기 위해 똑똑한 우리 아가씨가 찾은 매우 과감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랍니다.

“악~~~~~~!!!!!”
그제서야 느릿느릿, 마치 발바닥에 설탕이 붙은 것처럼 묵직하고 끈적끈적한 발걸음으로 침대에서 천천히 기어나옵니다. 토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아자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 말이죠.

저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린이가 아주아주 작고 지금보다 더 앙증맞았을 때부터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정말로 많지 않았습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새벽부터 나가 밤 12시가 다 되어야 집에 들어왔거든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고 하던가요? 올해 초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아내와의 상의 끝에 그린이를 위해 또 우리 가족을 위해 식당의 주말 영업을 포기하기로 어렵게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간을 내고 나니 이제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문제였습니다. 무뚝뚝하고 말수 없는 아빠와 달리 조잘조잘 수다쟁이 귀여운 딸과 함께 놀이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평소에 무엇을 하고 노는지 조차 의문이고 또 걱정이었습니다.

그런 아빠와 그린이를 위해 준비성 좋은 아내가 신청했습니다! 「아자 프로젝트」를 말이죠~^^ 어린이집 공지사항을 확인하던 중 송파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자녀와 가정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알게 되었고, 마침 프로그램 시작 시기도 딱! 「아자 프로젝트」는 그린이와 아빠를 위해 하늘이 주신 선물임이 분명했습니다!

첫 회기가 끝나고 ‘나와 아이를 과대평가 한 것인가’,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인데 어쩌지.. 다음주에 못하겠다고 연락을 드려야하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잘 했어? 잘 했어?? 어땠어??? 재미 있었어???? 그린이가 좋아해?????”
4월 17일 첫 수업이 끝나자 마자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에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니.. 그린이 말도 안듣고!! 너무 어렵고 너무 오래 해.. 그린이는 시키는 대로 하지도 않고 장난만 치려고 하고!! 이제 안하면 안돼? 나 너무 힘들었어!” 
아내가 아침부터 청소하고 미리 받은 미술 도구들을 세팅해 놓고 줌(Zoom) 수업까지 연결해주고 나왔지만.. 저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정말 재미있었어! 또 하고싶어! 또 할래!!”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아이의 후기는 아빠의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이름도 불러주고 너무 재미있었다며 신나서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내 역시 저 못지않게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좋은 결과물로 성과를 내려 했던 아빠와 과정 자체를 즐겼던 아이, 아이와 함께 하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상황 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자 프로젝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그만하겠다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린이와 아빠의 「아자 프로젝트」는 한회기도 빠짐없이 마지막 수업까지 이어져 나갔고, 종종 투덜거리긴 했지만 즐거워하는 그린이와 열심히 하는 다른 아빠들을 보고 힘을 내어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들을 이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직접 만든 카네이션 무드등은 친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화분은 외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스누피가 되고 싶었던 감각적인 조명은 그린이집에, 이제 어딜가도 「아자 프로젝트」를 아빠와 그린이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이와 대화할땐 높아지는 소리 톤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프로그램들이 너무 좋고 퀄리티가 높아서 혼자만 알고 있고 싶을 정도였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주위에 자랑하며 이야기하게 되네요. 특히 다른 지역에 사는 친척들과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해요! 우리가족이 서울시민이어서, 송파구민이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송파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선생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셔서, 프로그램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정말 따뜻하게 늘 신경써주시고 챙겨 주셔서, 우리 그린이 예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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