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중랑구 슈퍼맨을 기억하겠습니다
중랑구 슈퍼맨을 기억하겠습니다
2021 아자프로젝트 우수후기 공모전 장려 (권태석 | 중랑구센터)
나는 아이가 잘 걷지도 못할 때부터 주말에 최소한 하루는 꼭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녔다. 주말 하루라도 아내가 육아에서 벗어나 좀 쉬게 해주고 싶었고, 아빠만 있어도 충분히 케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단둘이 그렇게 여기저기를 다녔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달랐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아기띠를 매고 서울 시내를 다녔기 때문에 뭔가 딱하게 보는 할머니들도 많았고, 여아였기 때문에 공중화장실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의 짐이 한가득 있던 백팩을 지하철에 놓고 내린 일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아이를 점심에 굶기거나 때로는 심하게 혼내는 일도 많았다. 왜 육아가 힘든지 사실은 그때 많이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분들도 많았고, 아내는 쉰 만큼의 에너지를 다시 긍정적으로 쏟았으며, 나 또한 아이와 점점 더 긴밀한 애착 관계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던 아이가 커져서 이제 주말에 같이 나가는 것이 너무 기다려지고 즐거워졌을 때쯤, 그렇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주말에 집에서 지내는 것도 일단 내 몸이 편하니까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하나라도 더 재밌고 아이에게 유익한 장소들을 찾던 나의 열정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 아이는 아빠와 있는 시간보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그 와중에 처음 아내로부터 ‘아자 프로젝트’를 소개받았을 때,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신청을 하게 되었다.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준비물 수령을 위해 근무를 마치고 센터를 직접 방문하였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담당 선생님은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준비물의 사용법과 수업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런 선생님을 보고, 앞으로 빠지지 말고 열심히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이와 내가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졌거나 한 것은 사실 없다. 하지만 아이와 나는 이 프로그램 시간을 점점 기다리고 재미있게 진행을 했고, 그 순간만은 우리 둘이 또 뭔가같이 해냈다는 보람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있을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이와 같이 이야기도 하고 또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것을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지나고 보니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 같다.
키즈카페나 지역놀이방 같은 곳에 가보면 아이는 혼자 놀고 있고, 옆에서 불편한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빠들이 많다. (신발 벗고 들어가는 넓은 바닥이 있는 곳 모두에 해당) 나 역시 아빠이기에 그런 아빠들을 보면 뭐하러 나왔나 싶으면서도 오죽하면 나와서 저렇게 졸겠냐 하는 비난과 공감이 공존한다.
하지만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있어서 놀랄 때가 있다. 대부분 적극적이고 아이에게 어쨌든 관심이 많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매번 빠지지 않고, 매 프로그램마다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아빠들을 보면서 참 많이 배웠다. 심지어 나와 달리 아이가 적어도 두 명 이상인 분들이 많았다. 아울러 준비물 챙기시고, 단톡방에서 아빠들 상대로 안내해 주시고, 주말마다 실시간 교육을 진행해 주셨던 너무너무 애써주신 우리 담당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아이와 어른을 함께 상대하시느라고 힘들었을 만도 한데 단 한 번도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매번 친절하고 성섬성의껏 우리들을 같이 이끌어 주셨다. 아이와 공감하려 애쓰시고, 진심으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매번 느껴져서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