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신혼부부교실’에서 만난 위가(家)와 아즈마가(家)
‘신혼부부교실’에서 만난 위가(家)와 아즈마가(家)
2023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 최우수상 / 예비·신혼부부교실 (금천구센터/아즈마아야코)
‘호수’ 같은 우리가
저희는 해외에서 만나 국제결혼한지 4년 반이 지난 다문화 신혼부부(한국인 남편, 일본인 아내)입니다. 저희 부부를 무언가에 비유하자면 '호수'와 같습니다.
바람이 불면 작은 파도는 일지만, 기본적으로는 잔잔하고 소리도 없이 조용합니다.
문화의 차이, 정체성의 차이로 인해 상대방을 모르고 알아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부부의 갈등'은 거의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주말을 낭비하던 저희 일상에 지인에게 추천받은 '신혼부부교실'은 딱,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회기, 2회기는 각각 다른 강사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다양하고 의미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1회기는 상대방을 알아가면서 갈등을 줄여나가는 것을 주제로 한 강의였는데, 이전까지 저희 부부는 갈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를 예방하는 느낌으로 참고해보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강의를 듣고 난 후 바로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희도 예외 없이 갈등이 있었던 것입니다. 갈등이라고 하면 싸움 같은 거친 느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업을 듣고 보니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갈등을 피하다, 도망간다.’는 것도 부부간의 갈등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저는 싸우지 않기 위해 상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통해 나의 마음과 우리 부부의 상황을 들켜버린 느낌이라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로가 눈앞에 있는데, 제가 마음대로 상대방의 생각을 단정 짓고, '그런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도망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워크북 쓰기 활동을 통해 저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는 시간도 처음에는 어렵고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내 머릿속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부끄러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편의 생각을 글로 보게 됨으로써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그렇지만, 남편의 머릿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러한 신혼부부 프로그램 덕분에 남편과의 이해의 깊이를 더해감으로써 서로 사이에 있던 벽의 높이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부간의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무의식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에게 바로 그 말이 맞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효율주의자적인 측면이 있어 이론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인데, 남편은 정반대입니다. 비효율적이고 제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론으로 추궁해 왔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행동으로는 퉁명하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의 낮은 자기긍정감도 더해져 괜히 남편에게 기대하고 있고 생각한 결과(해줬으면 하는 것을 해주지 않았다는 등)가 나오지 않았을 때 짜증이 나 버렸습니다. 강사님 말씀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깨달았습니다.
2회기에서는 ‘부부 갈등 해결’ 주제와 함께 요리 프로그램을 다루어 주셨습니다.
첫머리에 '두 사람'이라는 그림 동화책을 읽어주셨는데 부부의 관계를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아주 뜻깊은 책이었습니다. 부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지, 자신들 부부의 형태는 무엇인지를 듣고 보니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무언가 힌트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확신했습니다.
신혼부부교실에서 만난 새로운 ‘우리’
강사님은 우리는 모두 국적이 같아도 태어난 지역, 가족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다문화가족이라는 걸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맞는 말 같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한국과 일본의 다문화국적 가족이기 이전에 위씨 성을 가진 ‘위家’와 아즈마성을 가진 ‘아즈마家’의 다문화가족입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재인식함으로써 '말 안 해도 알지?' 가 아닌 말을 하고 표현하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다가 가족이(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다양한 재료가 있는 월남쌈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남편과 간식을 만들면서 즐겁고 맛있게 먹으며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남편의 솜씨가 서툴고 제 눈엔 안 예뻐 보여서 화가 난 제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변의 다른 커플들의 행동과 대화를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 재인식한 것들을 바탕으로 저희 부부는 나름대로 앞으로의 부부 갈등을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이런 귀중한 시간을 갖게 된 것을 소중하게 느꼈습니다. 부부간의 문제가 있든 없든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저희에게 소개해준 지인에게 감사했고, 다른 부부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좋은 강의를 해주신 강사님, 정성드려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신 금천구가족센터 담당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