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이번 주말도 또야? 오히려 좋아!

이번 주말도 또야? 오히려 좋아!

2023 서울가족학교 우수후기 공모전 / 최우수상 / 패밀리셰프 (마포구센터/서용일)

 

결혼 7년 만에 맞벌이인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소중한 선물이자, 우리 부부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우리 딸. 그도 그럴 것이 맞벌이인 우리 부부에게 사내 어린이집에서의 '전반적인 면에서 똘똘하고, 반 친구들과의 관계를 리딩하며 반 친구 모두가 함께 하고 싶어한다.'는 표현들은 우리 부부가 딸아이에 대한 큰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랬던 우리 딸은 어린이집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 되고 난 이후, 지겨웠던 코로나19로부터 해방이 되어 간간이 참여한 체험활동에서 우리 딸아이에게 어딘지 모르게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성향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체험활동 내내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은 앞다투어 손을 들고 발표를 하고 있는데 우리 딸아이는 멍~ 하니 다른 아이들만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체험활동 경험이 부족했고, 내성적인 아이의 성격상 그럴 수 있다고 위안을 했었는데 수차례 다양한 체험활동을 거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 되었다. 아이는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다른 아이들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참여도에 너무도 못 미치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당혹감과 더불어, 급기야는 체험활동 참여를 놓고 다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속 터지는(?)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다른 아이들과의 체험활동이 무의미하고, 오히려 딸아이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나의 주장과 이럴 때일수록 체험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아이에게 즐거움과 자신감을 고취 시켜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됐다.

 

거의 매 주말마다 이런저런 체험활동 스케줄을 만드는 아내가 원망스러워졌고, 한편으로는 ‘이번에는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딸아이에 대한 실망감은 커져만 갔다. 급기야는 체험활동 중 아이에게 고성을 지르며, 아내와 크게 다툰 후 활동을 중도에 포기하고 귀가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아내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는 체험활동이 집 가까이에서 진행되니 마지막으로 참여를 해보자며 제안했고, 초등학교 입학 후 유독 식탐이 많아진 딸아이 역시 참여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어서, ‘하아...’ 한숨을 쉬면서도 우리 가족은 초여름에 어울리는 연두색 가족티셔츠를 입고 집을 나서서 '2023 마포구 가족학교 푸드트립 패밀리셰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참석해서였을까? 강사님께서는 가족 구성원 간 소통의 중요성, 소통의 방법, 잊고 있었던 서로의 소중함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딸아이가 이해를 했는지와는 별개로 부모인 우리 부부에게는 우리 부부가 그간의 체험활동에서 놓치고 있던 딸아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함께 체험활동에 참여한 어느 부모님의 발언,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건 사실이지만, 힘들게 얻은 만큼 아이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축복이자 선물이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 눈앞이 갑자기 새하얘졌다. 뭘 해도 사랑스러운 아내와 어렵게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딸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해도 모자랄 마당에, 내가 귀찮고 힘들다고 체험활동을 하기 싫다고 징징댔고, 다른 아이들과 딸아이를 비교하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래서일까? 다음 과정인 ‘패밀리셰프’에서는 그간의 가족에 대한 원망(?)이 눈 녹듯 사라져 집중하며 즐겁게 체험할 수 있었다.

 

멕시코 퀘사디아와 영국의 바노피파이를 만들어보는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간단한 두 음식의 유래와 레시피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고, 독특하게도 두 가족을 한 조로 근처 마트에서 장보기 미션까지 진행되어 또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또 같은 지역구민이라는 공통점으로 자연스레 대화를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드디어 요리시간! 첫 시간 강사님의 가족 간 소통 증진 활동의 효과가 있었는지, 한층 밝아진 딸아이의 모습과 장보기 하러 가는 길에 대화를 해서인지 한층 서먹함이 덜해진 파트너 가족분들의 덕분에 기분 좋은 상태에서 퀘사디아와 바노피파이를 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여 즐겁게 요리할 수 있었다.

 

요리를 마치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랩업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향하면서 한층 사이가 돈독(?)해진 파트너 가족분들을 보니, 우리 가족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지역구 내 다른 가족과의 소통까지 있어서인지 오랜만에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요리시간에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소통활동(가족 얼굴 그리기 등) 등에 대해 밝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딸아이와 그런 딸아이를 보며 서로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 부부를 보니 이번 체험활동은 대성공이었다. (우리 가족 작품인 멕시코 퀘사디아와 영국 바노피파이가 맛있는 건 덤!)

 

아내는 '[서울가족학교] 마포구 가족학교 2023 푸드트립 패밀리셰프'의 성공을 발판 삼아 6월 패밀리셰프 프로그램 참여 후 지금까지도 여러 체험활동에 거의 매주 참여하고 있고, 나는 주말에 진심으로 쉬고 싶지만, 딸아이가 나아지는 모습과 그 덕분에 웃음이 늘고 있는 우리 가족을 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 주말도 또야? 오히려 좋아!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함께라면!)'

 

글을 마치며 지면을 빌어 서울가족학교, 마포구가족센터 패밀리셰프 프로그램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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