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반짝반짝 패밀리셰프!

 반짝반짝 패밀리셰프!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우수상 / 패밀리셰프 (도봉구센터/김은지)

 

저는 도봉구에 산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도봉구로 이사를 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이곳에 살게 되었습니다.

결혼 전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은 시점을 기준으로 전과 후의 세상이 엄청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습니다. 아이를 낳고 이 말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같은 지역에 살지만 다양한 지역 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함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알음알음 알게 된 정보로 도봉구가족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때, 인터넷으로 패밀리셰프라는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알게 되었고, 주변 지인들과 함께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대식가 가족입니다.

남편, 저, 아들 이렇게 3명이지만, 다들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어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남편은 얼마 전 요리에 눈을 떠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기 시작했고 아이는 그 옆에서 “한 입만~!”을 외치는 재미로 받아먹기 바쁩니다.

이런 저희에게는 패밀리셰프 프로그램이 너무나 좋은 프로그램일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일정으로 인해 참여하기 어려워 너무 아쉬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둘이 가야 했습니다.

추적추적 비 오는 날.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아이는 지인과 함께 신청해서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난다고 기대를 많이 하며 갔고 조금 일찍 도착해 자리에 앉아 센터 선생님과 강사님께 인사를 하고 앉았더니 조금 긴장이 되었습니다. 엄마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요리하다가 혹시 실수하진 않을까, 발표시키면 어쩌지 하구요.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강사님의 편안한 목소리와 함께 종이를 나눠주셨습니다. 같은 모둠 사람들과 서로의 얼굴 한 부분을 그려주기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며, 한 부위씩 그리니 제법 비슷한 얼굴이 완성되었어요. 우습기도 했지만 신기하더라고요. 아이가 제 얼굴을 그리려고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데 눈이 반짝였습니다. 저만 본 것이 아니었어요.

“엄마, 눈동자에 내가 보여”

“오, 정말? 그러네~ 와 너무 이쁘다!”

“다시 봐봐~”

새삼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렸어요. 아가일 때는 참 많이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러고는 내 얼굴 그림 옆에 예쁘다고 적어주는 아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언제까지 이런 말들을 해주고 얼굴을 봐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 순간이 참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사위를 굴리고 숫자만큼 뽀뽀하는 활동에도 부끄러워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활동에는 꽤 적극적이었습니다. 모둠 대표로 나가서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며 발표하기도 하고, 자신의 소원을 적은 카드를 보여주며 ‘티비 자유롭게 보기’를 적어놓고는 신나게 이야기하더군요. 저도 그날은 어떤 것도 다 통하는 그런 날이었어요. 아이가 온몸으로 저에게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난 엄마를 진짜 사랑해’라고요.

그러고는 아이가 가장 기대하던 요리가 이어졌습니다. 강사님께서 당부하시길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엄마들은 아이와 요리하다 보면 어느샌가 엄마만 하고 있다고. 왜 그러셨는지 금방 이해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뒤집개를 들고 진두지휘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아이는 패티부터 직접 고기와 야채를 다져보고 싱크대에서 야채들을 씻어서 가져다주며 수제 미니 버거를 완성했습니다. 마지막 꾸미기를 할 시간에 아이는 자신이 있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꼼지락거리더니 ‘외계인 가족 햄버거’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세 개의 햄버거여서일까요. 참 올망졸망 있는 귀여운 햄버거라 먹기 아까웠지만,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좋은 재료와 함께 만드는 정성이 맛있고 멋진 요리가 되었네요.

패밀리셰프를 마치면서 아이는 돌아가는 길에도 들떠있었습니다. 저 또한 따뜻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이 기분을 남편에게 이야기하였어요. 그리고서 저는 두 번째 패밀리셰프도 꼭 신청하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 아이가 절 바라보는 반짝반짝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그리고 눈을 바라보며 ‘예쁘다’ 말해주며 안아주는 그 온기….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기회가 되신다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이 활동을 해보거나 실행할 계기가 필요하다면 프로그램에 꼭 참여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이 소중한 경험을 도봉구가족센터를 통해 얻게 되었어요. 그 울림이 잔잔히 오래 남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됐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2023년 패밀리셰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항상 프로그램을 위해 애쓰시는 도봉구가족센터 선생님들과 강사님의 수고에 감사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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