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산소호흡기는 나에게!

산소호흡기는 나에게!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아동기부모교실 (서초구센터/신채리)

 

저는 2018년 결혼을 하고, 2019년 6월에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12년간 쉬지 않고 일만 하다가 35세에 결혼과 함께 신혼생활 없이 아이를 갖고 출산을 하면서, 일 년 동안 제 인생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였습니다.

출산 이전에는 ‘결혼과 육아’라는 단어가 참 낭만적으로 느껴졌었습니다. 막연하게 TV 속 광고처럼 파란하늘 아래 밝은 햇살 사이로 엄마와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행복하게 웃는 가정을 떠올리며, 저 역시 그런 모습으로 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맞닥뜨린 현실은 제가 생각하던 TV 속 광고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은 마치 스릴러 영화와 같다랄까요?

고백하자면 육아에 대한 준비가 없이 만나게 된 아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잠을 잘 때만 예뻐보였습니다. 그리고 엄마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내 자신에 대해 자책하기도 하였습니다. 스스로 반성을 하면서도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우는 아이를 만나면, 마음속에서 또다시 욱하는 마음이 튀어나오고, 결국 사랑하는 나의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맙니다. 출산 전까지 제가 마주하지 못했던 내 안의 괴물을 만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아이는 또래보다 촉각에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옷에 작은 실밥이라도 느껴지면 안 입는다고 울면서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어린이집에 등원하려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옷은 이게 싫다, 저 옷은 이게 불편하다. 이 양말은 덥다, 이 양말은 발목이 싫다 등등 아이는 불만이 많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이 아이의 엄마인지 집사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특히 출근 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계속 징징거릴 때는 저는 인내심이 한계에 다해, “얼른 나가야 할 거 아니야! 그만 좀 해!”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맙니다. ‘등원 준비’라는 이 간단한 단어가 저에게는 힘든 회사 일보다 더 힘든 업무입니다. 엄마 손 잡고 웃으며 등원하는 애들을 보면 그저 내 아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기야 어느 추운 겨울날, 아이는 옷을 안 입겠다고 드러눕기 시작합니다. 결국은 알몸에 담요만 걸치고 어린이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 어떡해요 선생님”, 하면서 선생님께 아이가 어디가 문제일지 상담을 드렸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우리 아이는 대체 뭐가 문제일까 생각을 하였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머니, 시윤이가 아마도 마음속에 불안이나 불만이 있을 거 같아요. 어머니께서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게 필요할거 같아요.” 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순간 머리에 징이 울리는 것처럼 ‘띵’하고 창피함이 올라왔습니다.

요즘 제 모습을 한 번 돌아봅니다. 부쩍 짜증이 많았고, 남편과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투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들어 불만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바꾸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서초구 가족센터에서 아동기 부모교실 ‘보통내기가 아닌 내 자녀’ 강연 홍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에서 ‘아, 이건 나를 위한 강연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 없이 바로 접수를 하였습니다.

신청한 강의를 맡으신 ‘최영주 행복이음연구소 소장님’을 검색해보니 다양한 가족 상담과 코칭을 해주시는 매우 유명한 강사님이셨고, 저는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4월 26일, 드디어 서초구 가족센터 4층 강의실로 입장을 하였습니다. 어색한 기류 속에서 빈자리에 앉아 강의를 기다렸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무엇을 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참 어색합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처음 느꼈던 어색함이 무색할 정도로, 2명씩 짝을 지어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엄마들이 수다쟁이로 변하는 마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자기소개와 자신의 아이를 소개하면서, 최근 각자 갖고 있는 육아 고민을 털어놓다 보니, 주어진 10분의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아이와 씨름을 할 때는 우리 집 아이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곳에서 엄마들과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보니, 다들 비슷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사님의 진행 또한 매우 유쾌하셔서 솔직하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친해지니 수업에 더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 후에는 ‘나의 스트레스 지수 알아보기’를 하였고, 저 같은 경우에는 64개 문항 중, 25개가 체크 되어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는 상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을 공유하면서 아이보다는 ‘나’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어디서나 ‘시윤 어머니’라는 호칭에 익숙해져 있었고, 아이 발달상태 체크는 주기적으로 하였는데 ‘나’의 상태에 대해서 생각해본건 결혼하고 가히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요즘 무엇에 관심 있는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기분이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그리고 화가 날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 단순히 그 행동과 나의 화는 연결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의 행동과 나의 감정을 연결하지않고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이 우선 편안해야 건강한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고 나서, 강사님께서 사진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기내용 산소마스크였습니다. 강사님께서 “비행기에서 비상시 산소마스크는 누가 먼저 써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셨는데, 먼저 제 머릿속에 먼저 든 생각은 ‘내 아이를 지켜야지’ 였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비상시에는 부모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고 나서 아이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의 마음이 먼저 온전해야만 내 아이를 잘 돌봐줄 수 있습니다”라는 강사님의 말씀에, 제 마음은 또 다시 쿵하며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자녀와 갈등을 경험할 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지? 우리 애는 왜 이럴까?’ 이렇게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 마음을 먼저 정비하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게 우선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감정이 느껴질 땐 호흡을 통해 잠시 멈춰보고, 나만의 시간을 정해서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또한 알려주셨습니다. 강사님께 배운 들숨과 날숨 호흡법을 배우고 실습해보았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집에서 화가 나면 이 호흡법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또 다시 버럭 화를 내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식적으로 호흡을 연습하기로 하였습니다. 냉장고에 강사님의 글을 붙여두고 아침에 들숨 날숨 호흡법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연습을 해보니 예전에는 아이에게 바로 말의 화살을 쏘았는데, 요즘에는 한 번 쉬고 아이와 같이 호흡을 하기도 합니다. “시윤아 우리 심호흡 크게 세 번 해보자. 하나, 둘, 셋!” 하고 말하면 아이도 저와 함께 호흡을 하면서 욱하고 올라왔던 감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서로의 마음 상태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엄마는 시윤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니까 많이 놀랐어. 시윤이가 하고싶지 않은 걸 시켜서 시윤이가 화가 났었구나? 근데 그렇게 하면 엄마도 깜짝 놀라니까 다음에는 말로 해주면 좋겠어.”라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저 같았으면,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누가 버릇없이 소리를 질러!”라고 쏘아 붙였을텐데, 제가 조금씩 서서히 변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잠을 잘 때에는 강사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아이의 장점을 찾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시윤아, 엄마는 시윤이가 밝게 웃는 모습이 정말 이뻐. 너의 눈웃음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줘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이는 제게 말을 합니다. “엄마도 내 엄마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아이의 말을 듣자 정말 울컥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따스하게 대화할 수 있는 엄마와 아들 사이었는데 왜 그렇게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보냈을까...

물론 아직도 매번 올라오는 화를 참고 온화하게 말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두 번 올라오는 화를 한 번 참으면서, 점차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교육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강사님의 행복한 부모 실천 방법을 냉장고에 붙여 자주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아이를 바꾸려는 욕심보다 나의 작은 실천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부모교육을 통해서 배우게 되어 저에게 이 교육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좌충우돌 육아 중인 엄마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한 올바른 산소호흡기 장착법을 배웠기에, 이제는 저를 먼저 돌보고 아이를 돌보는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서초구 가족센터와 최영주 감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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