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봄부터 가을까지 너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

봄부터 가을까지 너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들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아자프로젝트 (영등포구센터/김상훈)

 

올해 봄 아내가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 같아 신청했는데 선정됐다며 들뜬 목소리로 둘째 아이와 함께 참여해보라고 했다. 첫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날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영등포구 가족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아빠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쭈뼛 쭈뼛 거리며 진행 장소로 가보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아빠들과 둘째 아이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다.

사실 그동안 ‘나 정도면 꽤 괜찮은 아빠 일거야’ 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는데, 매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참여자 아빠들과 비교가 되는 것 같아 살짝 조바심이 났었다. 다른 참여자들이 아이의 말에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주고 격려해 주는 모습에 지난 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괜히 얼굴이 화끈해지며 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야겠다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아련해졌다.

세 아들의 아빠지만 특별히 둘째 아이는 세 아들 중 가장 대하기가 어려웠었다. 둘째 아이는 유아기 때부터 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으로 발달센터를 다녔었고, 현재까지도 영등포아이존에서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난히 섬세하고 예민한 아이의 감정까지 헤아려 주기에는 나보다는 아내가 더 적합하다는 합리화를 했고, ‘첫째, 셋째라도 내가 챙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았던 아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했던 둘째 아이와의 사이가 변화되고 있다는 걸 회기가 지나면서 느낄 수 있었다. 낯부끄럽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참여자들을 보고 용기 내어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한 걸음 다가가니 아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더욱 의지하며 나와 함께하는 아자프로젝트 ‘아빠와 함께 지하철 타고 서울 한바퀴’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4월 봄비가 내리던 암사동 선사 유적지, 칠지도를 만들어보던 몽촌역사관, 여러 시대를 볼 수 있었던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청자 모형을 만들어보던 시간, 뜨거웠지만 강렬했던 덕수궁 산책, 9월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던 서대문형무소까지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첫 야외수업이었던 암사동 유적지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전철로 이동을 해야 하기에 아이와 3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하여 지하철 탑승 방법, 노선도 확인, 승하차 방법 등을 서로 이야기 나누며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아이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도 치며,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어렵게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아이와 나만의 추억이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그런데 봄비라고 하기엔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우산을 써도 여기저기서 몰아치는 비바람에 속수무책이었다. 아이와 서로 비옷을 챙겨주고, 같은 우산을 쓰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와의 믿음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열정 넘치는 선생님들의 역사 설명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에게 더욱더 열심히 공부해서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비바람과 함께한 첫 야외수업을 듣고, 나와 아이는 다른 수업들도 기대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함께 했던 시간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평상시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다음 수업에 진행하는 내용을 인터넷과 유튜브로 찾아보며 수업 전 관련 지식을 쌓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매회기 기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루 두 시간!!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를 찾아가고, 함께 활동하는 시간은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했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아이와 나는 여전히 서먹서먹하고, 아이를 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막연한 생각에 한걸음 물러서서 아이를 바라봤을 것이다.

아자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아이와 이런 역사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역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아이와 친밀감을 가지며 믿음이 돈독해지는 값진 시간이 된 것 같다.

끝으로, 정말 유익하고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주신 영등포구가족센터 담당자님들과 6개월간 빠지지 않고 함께 참여해 주신 아버지들과 자녀들, 그리고 사랑하는 내 아들 주환이까지 모두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주환아, 아빠는 언제나 널 사랑해. 함께 해 줘서 고마워.”

“이 프로그램은 신청해준 아내와, 첫째 태환, 셋째 시환, 반려견 뚱이도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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