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프로젝트 후기] 칭찬을 먹고 자라는 주형이
칭찬을 먹고 자라는 주형이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아자프로젝트 (강동구센터/이은우)
어느 날, 아내가 강동구 가족센터에서 아빠와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에 신청하였고, 나는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평일에는 회사 일로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였고, 주말에는 아들과 어떻게 잘 보내야 할지 몰랐는데, 나는 왠지 이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 아들 주형이는 격주마다 강사님과 함께 다양한 게임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젠가, 컵 쌓기, 줄넘기, 소리 지르기, 판 뒤집기, 데이트하기, 장보기, 동영상 만들기 등). 우리는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함께 팀을 이뤄서 신나게 웃고, 떠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나는 자연스레 아들을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아들이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나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내향적이고, 겁이 많았다. 그리고 이것은 겁 많던 나의 어릴 때와 무척 닮아 나는 더욱 안쓰러웠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새로 알게 된 아들은 나와 조금 달랐다. 아들은 내향적이고, 새로운 것을 하는 데 주저하였지만, 도전 후에는 그것을 즐기며 반복 연습하였다. 예를 들어, 아들은 줄넘기를 못 했다. 아마 게으른 아빠를 두어 줄넘기를 배워본 적이 없어서가 그 원인일 것이다. 줄넘기 프로그램 당일, 나는 급히 아들에게 줄넘기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지는 않았다. 나는 또래 아이들의 줄넘기 실력에 감탄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크게 주눅 들어 있지 않았다. 아들은 줄넘기하는 거 자체를 즐거워했고, 신기하게도 싫증 내지 않고 계속했다. 처음에는 1번 성공하더니 그 후 10번까지 성공하였고, 나중에는 여러 아이와 함께하는 단체 줄넘기도 과감히 참여했다.
나는 그러한 아들의 모습을 보며 굉장히 놀랐다. 강사님도 아들을 굉장히 칭찬하시며, 한 마디 덧붙이셨다. 이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라는 아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내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는 걸 알았다.
어느 여름 오후, 아들과 나는 카페 승룡이네 집에서 만화책을 실컷 읽다가 딸기라떼와 크림라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문득,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우리와 같은 아빠와 아들/딸 커플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아빠들은 한결같이 반팔, 반바지의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볼록하게 나온 배와 본인이 얼마나 피곤한지 잘 보여주는 듯한 검고 푸석푸석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세련되지 않았고 촌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따뜻한 미소로 그들의 아들/딸과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문득 이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천국이 있다면, 왠지 눈부시게 환한 빛이 있을 것 같고, 지금 이곳처럼 촌스럽지만 푸근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나도 다시 아들이 음료 마시는 것을 보았고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