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상담지원사업 후기] 인정받고 싶은 남편, 사랑받고 싶은 아내
인정받고 싶은 남편, 사랑받고 싶은 아내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가족상담지원사업 (강북구센터/이동헌)
아내와 나는 회사 동료의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다. 어느 커플이나 그렇듯 처음에는 너무 행복하고 또 보고 싶고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었다. 간혹 어떠한 이유에서 다투곤 했지만, 서로의 입장을 존중했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행복했던 기억도 많지만 힘들고 아팠던 기억이 더 많은 것 같다. 30년 동안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해온 각자의 생각과 행동은 예상치 못한 많은 마찰을 만들었고, 잦은 다툼과 갈등이 생겼다.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던 결혼 4년 차,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났다. 자녀가 생기면 자녀를 위해서라도 행복해지려고 서로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행복한 부부관계에서의 자녀는 그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주지만, 불행한 부부관계에서의 자녀는 더욱 그 관계를 힘들게 했다. 부부관계가 좋아야 자녀가 행복하고 더 나아가 가족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완전한 나의 착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대화는 점점 없어졌고 각자의 스케줄과 관련된 대화를 제외하곤 사적인 대화는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서로의 안부 대신 ‘이혼’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렇게 우리는 점점 멀어졌다.
힘들다, 집에 가기 싫다, 퇴근하기 싫다. 아이는 보고 싶지만, 숨 막힐 듯한 고요함과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미소에 지친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이렇게 끝나는 걸까? 우리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출근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하면 어느덧 퇴근 시간. 일정한 생활 패턴, 반복된 일상 속에 동료 직원들의 행복한 가족 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까지 생기곤 한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은데, 나도 우리 가족 이야기를 편하게 하고 싶은데,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며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 찬 퇴근길을 걷고 싶은데. 이대로 포기하긴 싫고 한 번 더 노력해보자고 스스로 다짐하였다.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부부 상담을 알아보게 되었고, 마침 강북구 가족센터에서 무료로 부부 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어 연락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부부컨설팅은 시작되었다.
부부컨설팅은 부부 적응검사와 개인 스트레스 검사, 부부 강점/약점 검사를 시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상담사님께 컨설팅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사전검사를 통해 우리 부부가 결혼과 부부관계에 만족도 수준이 낮고 모두 현재의 상태를 “매우 심각하다”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부 적응검사 결과 부부간 의견일치도, 만족도 여부, 애정 표현, 응집성에 있어 모두 심각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부부들의 평균치보다 낮았고 개인 스트레스 검사 결과 역시 우울감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
그나마 우리 부부는 서로 강점으로 딸을 육아하는 데에 있어서 한 팀이 되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꼽았고, 이 부분이 우리 부부관계를 연결하고 강화할 수 있는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대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여 상담사님의 분석을 받았을 때, 그동안의 갈등으로 인해 일상적인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상대방의 감정을 물어보거나 상호 간의 감정 또는 친밀감을 촉진 시키는 대화 없이 서로 자신만의 이야기만 하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우리는 부부 상담을 권유받게 되었고 10회기에 거쳐 상담을 받으면서 좀 더 깊이 있게 우리 부부의 갈등을 직면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모두 원가족에서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상담을 통해 어렸을 적 부모님의 다툼 속에서 어떻게든 중재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린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 타인이나 특히 아내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발현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동안 나는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남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어릴 적 내 상처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아내 역시 ‘고맙다’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나에게 의미 있는 말인지 알게 되었다.
아내 역시 어렸을 적 부모님의 다툼이 있을 때 혼자 방에 들어가 애써 외면하던 모습이 현재 나와의 갈등이 있을 때 회피하는 모습으로 발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든 알아서 잘하는 똑순이라고 생각했던 아내인데, 사실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려고 했고, 내면은 상처가 많고 나로부터 사랑받는 것을 갈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저녁 시간 아이를 돌볼 때, 마치 To do list처럼 나에게 배정된 할 일만 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혼자 방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은 아내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 내가 아무리 물어보아도 나에게 어떤 부분이 서운한지 얘기해주지 않아 답답했고, 서로 오해만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부부 상담을 통해 아내가 나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상담사님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마주 보고 직면하여, 감정이 해소되는 경험을 하였고 나 역시 아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이었는지 알게 되어 아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대화는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SNS에서만 머물던 형식적인 대화에서 가끔은 전화로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최근 아내의 제안으로 식탁의 위치를 주방 구석에서 거실 중앙으로 바꾸었다. 서로 앞만 보며 음식물과 대화했던 어두운 공간이, 서로 마주 보며 밥 먹고 대화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행복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주말마다 어디 놀러 갈지 계획을 짜보곤 한다. 집에 있는 것보다 야외에서 활동하다 보면 대화도 많아지고 자연스레 스킨쉽의 기회도 생기어 부부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끔 손도 잡고 걷는다. 심지어 아내는 누워있는 나의 몸에 발을 올려놓거나 팔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 사소한 행동에 아내의 엄청난 노력이 느껴진다. 우리도 연애 때는 그 누구보다 스킨쉽도 많이 하고 입가엔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었다.
우리는 지금 좋아지고 있다. 행복해지고 있다. 갈 길은 멀지만 우리는 그 행복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사소한 행동이 얼마나 큰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오는지 다시 한번 느끼며 오늘도 우리는 그것을 위해 또 노력한다. 이 ‘노력’과 ‘행복‘이라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단어에 발검을 띄게 해준 강북구 가족센터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