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예비·신혼부부교실(금천구센터/차예인)

 

지금까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결혼은 먹는 건가요?

내 나이 32살. 그동안 나에게 결혼이란 마치 푸아그라(거위 간)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먹어봐도 좋겠지만 왠지 비쌀 것 같고 관심도 없었단 뜻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결혼할까?’라는 말 한마디에 결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혼이 나에게 맞는지 알기 위해선 결혼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푸아그라야 찾아서 먹어보면 안다지만 결혼은 먹어보고 결정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주변의 결혼기를 듣기보단 기본기를 다지고 싶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냅다 강의를 등록하고 책을 사서 봐야 성미가 풀리는 터라 열심히 정보를 찾아 금천구가족센터를 알게 되었다. 예비·신혼부부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흥미로워 보이는 커리큘럼을 보니 이거다 싶었다. 믿음직스러운 공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다 무료였다. 심지어 직장인이 갈 수 있는 주말에 진행하다니. 너무나도 좋은 기회고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즉시 가족센터의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워낙 인기가 많은 탓에 처음에는 대기자로 등록했으나 감사하게도 2023년 3월, 4월 봄날에 예비부부교실과 신혼부부교실 참여 기회를 얻었다.

부끄럽게도 가족센터를 만나기 전의 나에게 ‘결혼 준비’란 ‘결혼식 준비’였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가장 먼저 웨딩 박람회를 둘러본 것도 그 이유였다. 결혼을 위해서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웨딩홀 투어, 웨딩사진, 혼수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비·신혼부부교실을 통해 결혼식은 결혼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일 뿐이며 결혼에 필요한 진정한 준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금천구가족센터의 부부교실 수업을 들었을 때는 정식으로 교제한 지는 1년 5개월째였다. 그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많이 했기에 서로를 잘 아는 친구이자 연인이라 생각해왔는데 이 수업을 통해 서로 더욱 알아갈 점이 많음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금천구가족센터 예비부부교실 <나와 상대방의 기질 차이 이해(DISC)> 수업이다. 이전 직장에서 3년간 DISC와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DISC 수업과 이론적인 내용을 접할 기회는 많이 있었지만 부부 대상 수업 경험은 없었기에 이렇게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DISC 강의는 어떻게 적용될지 매우 궁금했다. 실제로 예비부부교실에서 DISC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매우 흥미로웠다. 연인 간 갈등을 풀어나갈 때 그저 ‘우리 서로가 다른 것을 존중합시다’가 아니라 서로가 왜 다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를 강사님의 사례를 통해 명확히 풀어주었다. 서로 ‘우리가 이래서 잘 맞았구나’, ‘이래서 서로 싸웠구나’ 하며 이미 머리로 한번 이해하고 넘어간 일들도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나는 S(안정형) 성향의 남자친구가 편안함을 줘서 좋았고 다정하고 무던한 남자친구는 지루한 것을 못 참는 I(사교형) 성향의 나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 결혼을 결심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보는 대목에서는 내가 생각지 못한 내 모습을 상대방의 시선으로 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나는 I(사교형)의 단점인 ‘일벌이기를 좋아하고 뒷심이 부족한 사람’인데 동시에 상대방에게는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즐길 줄 아는 멋진 사람’이었다.

둘째로 기억에 남는 수업은 ‘너와 나의 인생곡선 나누기’였다. 각자 과거와 인생 그래프를 그린 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 익히 알고 있던 모습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저 ‘검소한 사람’이라 이해했던 부분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고, ‘오지랖 넓은 사람’은 경험에서 비롯된 인생관이었음을 이해했다. 흔히 결혼하면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고 한다. 신혼부부교실은 ‘각자였던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을 주제로 서로 이미 잘 아는 사이라 생각한 연인에게 더 큰 이해를 선물 받은 시간이었다.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마음가짐에 대한 수업 후에는 결혼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의 부모님을 어떻게 챙길까, 서로에게 양보해야 할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로맨스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나누었고 핸드아웃

‘150가지 결혼 문답’에는 상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 매우 유용했다. 둘이 준비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주제들이었고 어쩌면 결혼 후에도 논의가 아닌 갈등으로 만났을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때가 있듯이 결혼 준비도 때가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우리의 약속 정하기’는 결혼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다른 예비·신혼부부와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 대사 중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라는 말이 나온다. 수업에 모인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함께인 인생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기에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결혼 준비에 대한 조언도 얻고 기분 좋은 칭찬도 주고받았다. 조별 활동을 하며 우리 미래의 모습을 나누었는데 같은 조였던 한 커플은 미래에 서로의 취미를 존중해 집안 곳곳에 음향 장비를 갖춰두고 시네마룸을 꾸미는 모습을 그렸다. 우리 커플은 언제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간소한 집, 슈퍼카, 둘만으로 오롯이 행복한 모습을 그렸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나눌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가족센터의 수업을 통해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마치며

결혼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활동이 있는 금천구가족센터의 예비·신혼부부교실은 막막했던 결혼에 대한 고민에 시원하고 달콤한 해답이 되어주었다. 수업을 듣고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그사이에도 가끔은 투닥였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이 더는 막막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결혼생활에 정답만 있지는 않겠지만 틀린 답은 함께 지워가며 알콩달콩 해답을 찾아보겠다.

나는 이제껏 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수업을 거치며 우리는 이제는 더 알 필요 없이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알고 나아가야 하는 연인이 되었다. 다시 서로 알아갈 게 많은 풋풋한 사이가 되었다.

서울시가족학교 ‘가족센터 예비·신혼부부 교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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