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족학교 후기] 아이와 멋진 하루를 선물로 받다

아이와 멋진 하루를 선물로 받다

2023 서울가족사업 우수후기 공모전 / 장려상 / 패밀리셰프 (서대문구센터/한송이)

 

< 느린 아이, 그리고 소외된 아이 >

 

안녕하세요. 저는 아들 셋을 키우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39세 엄마입니다. 저에게는 첫째 아들과 아들 쌍둥이가 있는데 그중 막내가 또래보다 조금 느립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커가면서 사뭇 다른 양상이 보였습니다. 막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휴직도 했고 복직 후에도 퇴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막내에게 쏟았습니다.

 

모든 눈과 귀를 막내에게 집중하자 막내는 엄마의 노력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전히 느리지만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막내의 성장 사이클에 따라 하루하루 웃고 우는 날들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와 같은 날 태어났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있는 둘째 아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엄마, 나에게도 사랑을 주세요. >

 

이 아이도 분명 나를 찾고 있고 나의 사랑을 부단히 받고 싶어 하는데, 그동안 체력의 한계, 시간의 압박 속에서 신경을 못 써주고 있었다는 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기다려주고 의젓하게 행동해주는 아이가 그 날따라 기특하기보다는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둘째 아이의 유년 시절이 온통 소외감으로 가득 찰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슬픈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잘 버텨준 둘째를 위해 단둘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었습니다.

 

< 전화 한 통 >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서대문구가족센터인데 장보고 요리보고 신청하셨죠?"

 

둘째와 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체험들을 신청해 놓았는데 가장 먼저 '장보고 요리보고'에서 연락이 온 거에요! 매주 토요일 오전에 막내의 센터 수업이 있는데 남편에게 부탁하고 이날은 온전히 둘째와 데이트할 준비를 했습니다.

 

< 어린이 시장체험 '독립문 영천시장' >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독립문역 영천시장에 가야 해서 부랴부랴 아이와 서둘러 갔습니다. 영천시장에 도착해서 참여 목걸이를 목에 걸으니 아이가 그제야 실감이 나는지 매우 신나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 한편이 짠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둘째에게만 집중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서대문구가족센터로부터 장보고 미션종이와 함께 온누리 상품권 25,000원을 받았습니다. 스태프분들도 정말 친절하시고 생기 넘치셔서 참여하는 저희도 역시 즐거웠습니다.

 

일단 미션 북을 아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가까운 곳 먼저 가고 싶다고 해서 가장 먼저 채소 집에 들렀습니다. OX퀴즈가 미션이었는데 퀴즈 내용이 엄마 핸드폰 번호, 아이 생일 등 인적 사항을 센스 있게 퀴즈로 만들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디비디비딥 게임은 아이가 처음에는 당황해하더니 포즈들이 재밌는지 즐거워했습니다. 게임을 이긴 후 아이가 뿌듯해하면서 도장 받는데 아이 표정이 마치 연예인 싸인 받는 거 같았습니다.

 

수산시장 사장님 체격보고 바짝 긴장한 둘째. 무사히 게임을 마치고 새우를 획득했습니다. 행사 끝나고 그 앞을 지나가는데 아이 이름을 부르시면서 잘 가라고 인사해 주셨습니다. 그 짤막한 사이에 아이 이름 기억하시는 거 보고 문득 영천시장의 앞날이 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족에게 편지 쓰기, 둘째의 편지 >

 

장보고 미션을 마친 후 가족 편지 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 글씨도 볼 시간이 없었는데요. 이제 보니 제법 글씨를 잘 쓰네요. 스스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썼는데 처음에 엄마의 엄을 암이라고 써서 혼자 속으로 씩 웃었습니다. 한글 공부 한 번도 시킨 적 없는 둘째인데 잘 키워주신 서대문구 어린이집에 저절로 감사했습니다.

 

< 어린이 요리체험. feat. 먹방 체험 >

 

오후 1시부터는 요리체험이 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센터에서 돌아온 막내도 경험을 쌓아줄 겸 함께 참여시켰습니다.

 

비대면 활동에 아이들이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비교적 잘 따라왔습니다. 줌 강의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 반응에 하나하나 상호작용해주시는 강사 선생님의 노련함 덕분에 재미있게 활동했습니다.

 

< 아이와 멋진 하루를 선물로 받다 >

 

​좋은 프로그램들이 주로 평일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장보고요리보고’는 맞벌이 가정 참여를 위해 주말을 이용해 주신 점,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독립문 영천시장 연계해주신 점, 미션을 이용해서 소소한 성취와 재미, 그리고 가족끼리 요리하면서 돈독한 시간 보내게 해주신 점,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체험이었습니다.

 

요즘도 둘째아이가 영천시장 지나갈 때면 '장보고 요리보고' 체험이 재밌었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합니다. 프로그램이 재밌었던 건지 저와 단둘이 있었던 시간이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이에게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참여해서 아이와 좀 더 소통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둘째, 엄마의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엄마가 더 많이 신경 쓰고 더 많이 사랑할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유년시절을 회상할 때 좋은 기억들로만 가득할 수 있도록 엄마도 최선을 다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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