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가족학교(예비신혼부부교실) 참여후기] 우리는 사랑을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2025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서울가족학교 예비신혼부부교실 (용산구가족센터_김상효)
오늘, 한 남자가 평생을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랑을 약속하는 길을 걷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신랑이 입장합니다. 신랑, 입장.
꿈만 같았습니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중학교 첫사랑, 그녀와의 5년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하다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울림이 올라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평생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꿈이길 바랐습니다. 행복만 가득할 줄 알았던 우리의 신혼생활. 현실은 달랐습니다.
연애할 때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오히려 서로의 말이 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의견 차이가 금방 큰 싸움으로 번지고, 가볍게 던진 말들이 서로의 마음에 상처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연애 시절 늘 해맑게 웃던 아내의 입가에는 그림자만 드리웠습니다.
밤이면 아내의 훌쩍이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습니다. 등을 맞대고 누워 숨죽여 우는 아내의 울음소리가 저를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왜 웃지도 않고 말도 안 하는 건데. 말을 해야 알지.”
투덜거리던 순간, 인스타그램 속 한 문장이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행복한 신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서울 가족 학교로 오세요.”
답답한 마음에, 망설임 없이 신청했습니다.
수업 첫날 —— 나는 아내를 이해한다고 착각했다.
수업 첫 날, 당당하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수업을 통해서 아내의 문제점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강사님은 첫 시간 내내 예상 밖의 말을 강조하셨습니다.
“좋은 남편(아내)는 맞는 말을 잘 하는 삶이 아니라, ‘잘 듣는 사람’입니다.”
아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아내를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눈을 마주보고, 아무 말 없이 눈으로 대화를 해보세요.”
아내의 슬픈 눈을 마주하는 순간, 지난 신혼생활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저는 늘 소파에 누워 있었습니다. 회사에서의 고충을 털어놓는 아내에게 “부장님도 이유가 있으니깐 그러신거겠지”라는 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연애시절 좋아하던 빵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그거 먹으면 살쪄”라는 맞는 말로 답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달랐습니다. 매일 아침 제가 마셨던 녹즙은, 아내가 아침마다 갈아줬던 것이었습니다. 당연하게 먹었던 저녁 밥은, 지친 몸으로 아내가 차려줬던 음식이었습니다. 깨끗했던 화장실은, 주말마다 락스 냄새 맡아가며 청소한 아내의 노력이었습니다.
그 사실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뺨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울림이 올라왔습니다. 결혼식 입장 때 이후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신혼의 문제를 아내에게서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바로 저였습니다. 그렇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조용히 껴안았습니다. 제 어깨는 아내의 눈물로 금세 젖어들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날 저녁 저희는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수업에서 배운대로 감정, 이성, 행동의 순서대로 대화를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면 감정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더 노력했습니다.
아내를 ‘꽃’이라고 생각하며 섬세하게 다독였습니다. 다시는 아내의 눈에 그림자 만들지 않겠다고 제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서울시 신혼부부교실이 아니었다면 몰랐을겁니다. 제가 아내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내는 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저의 잘못된 신혼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준 신혼부부교실.
덕분에 저는 신혼 부부 관계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 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신혼부부교실은 우리에게 ‘기적’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관계는 배울 수 있으며, 사랑은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알려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가장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을 우리는 서울시 신혼부부교실에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우리의 결혼은 정말로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