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가족학교(예비신혼부부교실) 참여후기] 넌 나고 난 너야, 난 너고 넌 나야. 마음이 같다면 둘은 서로가 될 거야

넌 나고 난 너야, 난 너고 넌 나야. 마음이 같다면 둘은 서로가 될 거야

2025 서울가족사업 참여후기 공모전 / 우수상 / 서울가족학교 예비신혼부부교실 (송파구가족센터_권오형)

 

나는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내가 스무살이 되면, 서른이 되고 나면, 마흔이 된다면,

취업이나 결혼, 내 집 마련이 마치 당연히 이루어지고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닫게 된 작은 것은,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도, 가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오십이 되면, 육십이 되고 나면, 일흔이 된다면, 막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나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의 나는 안다.

 

연애를 시작한지 어언 2년 남짓. 막연하게 생각했던 결혼이 현실로 다가왔다. 당연히, 또 자연히 진행될 것이라고 했던 결혼의 준비는 하나의 벽을 넘어서면 더 높은 벽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를 가로 막는 상황이 되었다. 언제쯤 이 기라성 같이 끊임없이 높아지는 도미노들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넘어야하는 것일까 걱정이 앞섰다. 누구나 그렇듯 첫 시작은 부푼 기대와 들뜸으로 시작하였지만, 준비와 과도기를 겪으면서 내 생각이나 예상과는 다른 부분들에 실망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 우리에게 필요한 교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송파구가족센터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부교실이었다.

 

사실 나는 나와 내 여자친구가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의 여자친구는 나의 이상형에 99% 가까웠으며, 연애 동안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 충분히 이겨낼 정도였고, 그녀에게 작고 사소한 단점들이 있더라도 가벼이 감내할 만큼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당연히 또 자연히 결혼이라는 첫 관문을 손쉽게 통과할 것이라 자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파구가족센터의 예비부부교실은 그 자만이 산산조각 나는 첫 장소였다.

 

첫 강의 시간에 우리는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굉장히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DISC 검사를 통해 서로 굉장히 다른 성향을 지닌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MBTI도 1글자만 다른 우리였는데 말이다. 또한 그 동안 사랑스럽게 나누었던 대화들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성향을 고려하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했던 우리는, 내가 상상한 달콤한 로맨스가 아니라, 서로에게 감정의 응어리들이 조금씩 쌓아가는 중이었다. 또, 2회차 강의 때 가족의 의미와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의존도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이 과정은 2년의 연애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격렬한 충돌과 어색함을 동반했다. 하지만 그 충돌 속에, 나는 비로소 결혼이 ‘자연스럽게 성취되는 막연한 결실’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노력을 통해 함께 만들어 나아가야 할 공동체’임을 체감했다.

 

이번 예비부부교실은 나에게 일종의 터닝포인트이면서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2년 동안 연애하며 나누었던 대화는, 표면적인 감정과 취향에 머물렀을 뿐이라는 것을. 또, 사랑의 힘으로 사소한 단점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결혼 후 닥칠 실질적인 문제들 앞에서 무력한 감상일 뿐이라는 것을. 내가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벽과 도미노는 결혼 준비라는 과정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 대해 놓치고 있던 수많은 현실적인 간극이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막연히 기대했던 스무 살, 서른 살의 풍경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영역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결혼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과 그녀의 노력이 덧셈이 아닌 곱셈이 되어야 했다. 내 자만을 깨고, 우리의 간극을 인정하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함께 손을 잡는 ‘무한한 노력’만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풍경을 현실로 만들어 줄 유일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강의 후 강사님이 증서를 나눠주면서 우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결혼생활을 하겠느냐고. 이에 나는 즉시 답했다. “노력” 하며 살겠다고. 서로의 마음만 같으면 서로가 될 것이라는 낭만적인 노랫말은 결혼이라는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서로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과 더불어 무수한 노력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나의 대답이 거짓이 되지 않도록,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나는 무던히 노력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준 송파구가족센터와 담당자, 강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P.s) 나눠주신 리스는 정말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의미 깊은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TOP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