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참여후기 장려 "아빠는 진짜 요리사!!!"
아빠는 진짜 요리사!!!
2019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장려상/종로구센터 배연광
“일어나 이것 좀 먹어봐.”
몸살을 심하게 앓아 약을 먹고 자는 아내를 깨우는 건 저의 목소리였습니다.
“오늘 종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했던 <아빠는 쿡가대표>에서 나랑 서연이랑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싸 왔는데…멕시코 음식이야….” 라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음식을 만들어서 준 것은 정말 생소한 일입니다. 라면도 제대로 못 끓여 식구들의 실망과 원성을 샀던 솜씨였는데…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아내는 정말 놀라더군요. 이날 만든 화이타의 재료를 가족과 함께 먹으라고 포장을 해주셔서 모자란 재료는 집에 있는 재료를 꺼내어 칼로 썰고, 볶는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한지 아픈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웃으며 서 있던 아내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저는 군인입니다. 가부장적인 종갓집 막내. 군 생활만 26년째… 절대적으로 음식은 먹는 거라는 생각만 했던 전형적인 대한민국 옛날 남자였습니다. 그래도 결혼 후 힘들게 낳은 아이들 앞에서는 근엄, 위엄, 가부장 등은 찾을 수 없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직업상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위치는 아니고 시간까지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늘 다른 아빠들처럼 아무 때나 가족들과 어디든 가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늘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바쁘고 절제된 군 생활 때문에 늘 가족에게 많이 미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 미안한 마음에 시간이 되면 가까운 공원이라도 놀이터, 산이라도 나의 심장 같은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하려고 했습니다. 작년에 서울로 발령을 받아 잠시 동안 주말부부로 살다 올해 1월 저희 가족은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더 바빠지고 새로운 환경을 적응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우리 딸 서연이는 아빠바보입니다. 자신의 아빠가 바빠서 싫다며 많은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러던 중 종로구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저처럼 바쁘고 아이와 함께할 수 없었던 아빠에게 좋은 아빠 타이틀을 줄 수 있는 부자유친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아내가 보고 저에게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군요. 100% 참석을 다 못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위해 뭐라도 해보고 싶어 꼭 신청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강한 경쟁률로 대기 6번이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하늘은 저희 편이었는지 9살 서연이와 아빠가 즐거운 부녀 생활을 하라는 신호였는지 부자유친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몸으로 놀아주는 건 자신 있는데 요리엔 자신이 없던 저는 시작 전 긴장을 좀 했는데 나름 인증샷도 열심히 찍으며 아이와 새로운 즐거움을 담아내고 아이가 아빠에게 가졌던 서운함도 풀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고기에 양념을 해보고, 레몬청을 담가보고, 수업내용을 아내에게 보여주며 나도 뭔가 해내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늘 아기라 생각했던 딸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드는 요리과정에 눈물도 왈칵 쏟아지더군요. 프로그램에서 만든 요리를 아내에게 해주었을 때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에 아내 또한 감동을 했다고 합니다. 아빠랑 음식 만드는 게 가장 즐겁고 손발이 착착 맞았다며 ‘아빠는 쿡가대표’ 프로그램을 너무도 좋아했던 딸 아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주말을 보내고 학교에 가서도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할 때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는 쿡가대표’ 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랑하면서 반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아 전학 온 우리 딸아이의 움츠러든 어깨에 힘을 넣어주는 계기 또한 되었습니다.
저희의 제일 큰 변화는요. 라면도 제대로 못 끓이던 제가 주방에서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해주었다는 겁니다.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달걀을 풀어 설탕까지 솔솔 뿌려 토스트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너무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고 온 동네 소문을 내겠다고 하더군요. 순서와 과정이 복잡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시도를 못 했었는데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는 쿡가대표’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음식을 하는 과정을 좀처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고 나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 것 같았던 딸과의 요리프로그램이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는 요리사 부녀가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새로운 서울 생활을 맛있고 달콤하게 이겨내는 멋진 계기가 되었고요. 더이상 아빠에게 서운함을 얘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늘 함께 해주지 못하는 아이에게 크게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에 가장 만족했고, 저의 거친 손으로 만들어지는 작지만 소소한 음식들에 자신감을 갖게 되어 서울에 와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세라면 언젠가는 아빠는 쿡가대표 프로그램의 선생님으로 초빙되는 거 아닐까? ㅎㅎ’ 라는 김칫국도 마셔보지만요.
건강가정지원센터 정말 기관명 하나 잘 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숙제가 많은 가족을 위해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려 주는 곳이니 말이지요. 건강한 가족은 그저 몸이 건강한 게 아니라 건강한 몸과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아빠가 요리사라며 맛있는 불고기를 해주겠다고 말해보았습니다. 가족들 모두 주말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때 제 딸아이가 보조를 맞춰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겠지요?
이렇게 가족과 함께 좋은 추억 만들어 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런 글로 요리 꽝이었던 저를 가장 멋진 아빠로 자랑할 수 있게 해주신 기회까지도 무척 감사합니다. 부자유친프로젝트 ‘아빠는 쿡가대표’!! 정말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기회 덕에 많은 걸 갖게 되었습니다. 아내 또한 행복하다고 합니다. 전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