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참여후기 장려 "체력만점 아들과 만성피로 아빠의 '우리동네 체육왕' 도전기"

체력만점 아들과 만성피로 아빠의 '우리동네 체육왕' 도전기

2019 부자유친프로젝트 우수 참여후기 장려상 / 관악구센터 김경환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한 날 오후 아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번 부자유친프로젝트가 ‘우리 동네 체육왕 줄넘기’인데, 아이가 좋아할 거 같으니 함께 해보라 한다. 줄넘기와 몸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생각해서, 그리고 학창시절 줄넘기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던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도 잠시, 그때부터 고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가 줄넘기를 해본 게 언제였지?’ 20여 년 전 체육 시간 이후로 줄넘기를 잡아본 기억이 없다. ‘운동을 잘 하는 아빠들만 신청하면 어떡하지, 난 숨쉬기 외엔 운동이라곤 하는 게 없는데…’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부터 체육왕 전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 체육왕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에서 줄넘기 길이 조절하는 법도 알아보고, 꼬아 넘기, 달리며 넘기, 2단 넘기 등 여러 가지 줄넘기 영상도 찾아보았으나, 나의 몸 상태를 생각해서 잠시 접어두고, 다치면 안 되니 우선 기본 줄넘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도 없을뿐더러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주말에는 컨디션도 따라주지 않았다. 줄넘기를 연습하자는 아이에게 “아빠는 너무 피곤한데, 혼자 연습하면 안 될까?”

 

드디어 우리 동네 체육왕 결전의 날이 되었다. 1등을 하겠다며 매일 같이 줄넘기를 연습한 ‘체력 만점 아들’과 이불 속에 누워서 머릿속으로만 줄넘기를 연습한 ‘만성피로 아빠‘의 체육왕 도전이 시작되었다. 행사장소인 봉원중학교에 도착하니 직원 두 분이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아이는 줄넘기를 들고 마냥 신이 났으나, 나는 “오늘 어떤 거 하나요? 많이 힘든가요?”라며 잔뜩 긴장한 채 말했다.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체육왕 1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나는 하나둘씩 오는 다른 아빠들의 몸을 스캔하며 긴장을 가라앉히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내가 왜 지레 겁을 먹고 줄넘기 대회로 오해했던 걸까. ‘우리 동네 체육왕’은 줄넘기를 활용하여 놀이를 하면서 아이와 함께 즐기고 유대감도 높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단체줄넘기, 고리 던지기, 풍선 기둥 들고 달리기, 2인3각 달리기에 댄스까지... 2시간이 언제 지나갔을까 할 정도로 재미있고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평소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 기회가 없던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순위를 정하지 않는 프로그램인 까닭에 1등을 노리고 나왔던 아이는 약간 아쉬워하는 듯했으나, 덕분에 나는 체력의 밑천을 보여주지 않아도 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말했다. “아빠, 나 다음 주부터 체육왕만 할 거야.”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래. 아빠도 꾸준히 운동해서 다음 체육왕 때는 더 활기찬 모습 보여줄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하교 후 저녁까지는 온전히 밖에서 뛰어노는 나만의 놀이 시간이었다. 언제나 집 앞을 나가면 함께 공을 차며 뛰어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한 번도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만 올라가도 하교 후 저녁까지 영어학원, 미술학원, 태권도 등 쉴 틈이 없고, 학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도 밖이 위험하다 보니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노는 일이 흔치 않다. 그렇다 보니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아이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은 부모, 특히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뿐이다. 어린아이들에게 신체 활동의 시간을 주고, 놀이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온전히 아빠의 역할인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이와 함께 얼마나 신체 활동을 했었나, 내가 피곤하다고 책이나 TV를 보라고 하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체육왕에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난 주말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맘이 컸지만 아이에게 말했다. “00야, 나가자. 줄넘기 챙겨!! 이제부터 매주 주말은 아빠와 함께 ‘우리 가족 체육왕’ 하는 거야.”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준비해 준, 그리고 아이의 신체 활동 파트너로서 나의 운동 본능을 자극해준 부자유친프로젝트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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